[경기헤드라인=문수철 기자] 대한민국이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지 오래지만, 외국인 가족 구성원의 체류 제도는 여전히 과거의 틀에 묶여 있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국제결혼이 일상화되고 다문화 가정 자녀가 학교와 지역사회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있지만, 정작 이들의 부모·조부모가 안정적으로 곁을 지킬 수 있는 법적 장치는 미비하다는 것이다.
특히 현장에서 가장 크게 제기되는 문제는 외국 국적 부모의 체류 문제다. 한국 국적을 취득한 자녀가 국내에 정착해 생활하고 있음에도, 이들을 돌보거나 생계를 돕기 위해 입국하는 외국 국적 부모는 대부분 단기방문 비자에 의존해야 한다. 이 비자 체계로는 출산·육아 지원, 손주 돌봄, 자영업 보조 등 실제 생활에서 이뤄지는 가족 역할을 충분히 담아내기 어렵다는 것이 당사자들의 호소다.
현재 출입국 관리 당국은 외국 국적 부모가 장기간 체류하거나 반복 입국할 경우 ‘사실상 장기체류’나 ‘체류 목적 외 활동’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의심하는 구조다. 일정 기간 이상 머무르거나 입국·출국이 잦으면, 다음 입국 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국인 부모가 자녀를 돕는 것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만, 외국 국적 부모는 같은 역할을 하면서도 제도의 경계선에서 상시적인 불안에 노출되는 셈이다.
이 같은 현실은 저출산·고령화,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인 정책 확대와 다문화 포용을 강조해온 정부 기조와도 엇박자를 낸다. 다문화 사회를 선언하면서도, 정작 그 사회를 떠받치는 ‘가족 돌봄’은 불법취업 가능성의 틀 안에서만 바라보는 것이 시대에 맞는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가족돌봄 체류비자’와 같은 새로운 체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핵심은 가족 관계와 실제 생활 기반이 확인된 외국인에게, 제한적이지만 안정적인 체류를 허용하는 별도의 비자 트랙을 마련하자는 제안이다.
논의되는 구상은 대략 이렇다. 한국 국적 자녀를 둔 외국 국적 부모를 대상으로, 출산·육아·손주 돌봄 등 명확한 가족돌봄 목적이 확인될 경우 일정 기간 합법 체류를 인정한다. 자영업을 하는 자녀의 가게에서 회계·단순 보조 등 생계형 가족 지원도, 엄격한 범위 안에서 허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대신 실제 가족관계와 국내 생활기반을 면밀히 확인하고, 체류 기간과 활동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 무제한 체류나 일반 취업으로의 확산을 차단하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모든 가족 돌봄과 생계형 지원을 단기방문 비자 틀 안에 억지로 끼워 넣는 방식은 한계에 이르렀다”며 “불법취업 단속과 가족 보호를 동일한 잣대로 다루는 현재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족돌봄 체류비자는 통제 중심 외국인 정책에서, 사회 현실과 가족 구조를 반영하는 관리·보호 중심 정책으로의 전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미 여러 국가에서는 가족 돌봄을 체류 사유로 일정 부분 인정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고령 부모를 부양하거나 손주 양육을 지원하는 가족에게 특정 기간 체류를 허용하는 식이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제도를 도입할 경우, 돌봄 공백을 줄이고 맞벌이·자영업 가정의 생존 기반을 뒷받침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26년의 대한민국은 통계와 일상 모두에서 다문화 사회다.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포용’ 선언이 아니라, 그 선언을 뒷받침할 현실적인 제도 변화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족이 함께 살기 위해 체류 자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그 출발점이 ‘가족돌봄 체류비자’ 같은 새로운 제도 설계일 수 있다는 요구가 정책 논의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