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대한민국 다문화 현실 보고서-국경 안의 가족들 ⑨] “한국은 이민 국가가 될 준비가 됐는가”…다문화 정책의 마지막 숙제

다문화 가정 자영업 현실, 부모 도움은 불법취업 의심 대상
외국인 노동력은 허용하면서 가족 지원은 막혀 있다
가족 돌봄·가업 지원 위한 장기체류 비자 논의 필요

 

[경기헤드라인=문수철 기자] 대한민국은 이미 다문화 사회다. 정부는 저출산과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인 인력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 역시 인구 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외국인 정착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다문화 가정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현실은 여전히 다르다.

 

특히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 정착한 이주민들이 자영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문제는 제도의 사각지대에 가깝다. 한국 국적을 취득했거나 영주권을 보유한 이주민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간다. 세금을 내고 사업을 운영하며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경제에 기여한다. 하지만 그 부모 세대는 여전히 단기 방문객으로만 분류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많은 국제결혼 가정이 음식점이나 소규모 자영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그 사업의 뿌리가 된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한 부모는 한국에서 이를 도울 수 없는 구조다.

 

베트남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다문화 가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식당의 대표 메뉴와 조리법은 베트남 현지에서 수십 년간 쌓아온 부모 세대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부모가 한국에 입국해 딸의 식당 운영을 돕는 순간 불법취업 의심을 받을 수 있다.

 

가족의 생계를 돕는 행위와 고용관계에 의한 노동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현실 때문이다. 결국 많은 다문화 가정은 가족의 도움 없이 운영 부담을 감당하거나, 체류 기간이 끝날 때마다 부모를 다시 출국시켜야 하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력은 허용하면서 가족 지원은 막혀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외국인 정책은 노동력 확보와 체류 관리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산업현장의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취업 비자가 운영되고 있으며 외국인 근로자 유입 역시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대한민국 국민이 된 국제결혼 이주민의 부모가 가족 사업을 지원하거나 기술을 전수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 외국인 근로자는 제도를 통해 들어올 수 있지만 가족은 들어와도 역할을 할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는 단순한 체류 문제가 아니다. 다문화 사회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가족 공동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정책 철학의 문제다. 국제결혼 이주민에게 부모는 단순한 친척이 아니다. 육아를 돕고, 출산을 지원하고, 가족 사업을 함께 유지하는 생활 공동체의 일원이다.

 

그럼에도 현행 제도는 이들을 대부분 단기 방문 체계 안에서만 관리하고 있다. 가족 돌봄·가업 지원 위한 장기체류 비자 논의 필요한 문제이다. 전문가들은 다문화 사회가 성숙하기 위해서는 체류 관리 중심 정책에서 가족 정착 중심 정책으로 시각을 넓혀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일정한 조건을 충족한 국제결혼 가정에 대해서는 가족 돌봄과 가업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별도의 장기체류 제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예를 들어 일정 소득 이상, 건강보험 가입, 신원 검증, 체류 책임 보증 등의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부모 세대에게 장기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는 단순히 외국인의 체류를 늘리자는 의미가 아니다. 이미 대한민국 사회 구성원이 된 다문화 가정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제도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자는 취지에 가깝다. 다문화 사회는 외국인이 많아진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국경을 넘어 형성된 가족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대한민국은 지금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외국인을 노동력으로만 바라볼 것인가. 아니면 함께 살아가는 가족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정할 것인가.

 

다문화 시대가 대한민국에 던지는 마지막 숙제는 바로 그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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