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① 다문화가정, 체류의 사각지대] “단기방문 반복은 안 된다면서 장기체류 길은 좁다”…다문화가정 부모 체류제도 개선 목소리

결혼이민자·귀화자 부모 가족동거 제도 한계 지적
C-3 반복 방문 대신 합법적 장기체류 통로 마련 필요
‘가족돌봄 체류비자’ 신설·F-1-5 적용범위 확대 법무부에 공식 제안

 

[경기헤드라인=문수철 기자] 한국에 정착한 결혼이민자와 귀화자의 외국인 부모가 자녀 가족과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현실에 맞는 체류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행 제도상 외국인 부모가 한국에 있는 자녀와 장기간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체류자격은 제한적이다. 결혼이민자의 부모 등을 대상으로 방문동거(F-1-5)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적용 대상과 요건이 정해져 있어 모든 다문화가정 부모가 일반적인 가족동거를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제도는 아니다.

 

이 때문에 별도의 장기체류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부모들은 한국에 있는 자녀를 만나기 위해 단기방문(C-3) 체류자격을 이용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문제는 가족방문을 위해 단기 입·출국을 반복할 경우 출입국 심사 과정에서 사실상 장기체류 목적이나 취업 가능성 등을 의심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불법체류와 불법취업을 방지하기 위한 엄격한 출입국 심사는 필요하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단기방문을 반복하지 않도록 요구하면서 정작 가족이 합법적으로 일정 기간 함께 생활할 수 있는 현실적인 장기체류 통로가 충분하지 않다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한국에 정착한 자녀의 부모가 손자녀를 돌보거나 가사를 돕는 행위, 가족이 운영하는 소규모 자영업 현장에서 일시적으로 도움을 주는 행위 등에 대해서도 어디까지가 통상적인 가족 간 도움이고 어디부터 체류자격상 허용되지 않는 취업활동에 해당하는지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가족을 만나러 온 부모가 자녀의 일상을 돕는 행위와 임금을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근로하는 행위는 성격이 다를 수 있는 만큼, 출입국 당국이 보다 구체적이고 예측 가능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부에 ‘가족돌봄 체류비자’ 신설 공식 제안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국민제안도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21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법무부에 ‘다문화가정 부모의 가족결합권 보장을 위한 가족돌봄 체류비자 신설 및 F-1-5 적용범위 확대’를 요구하는 국민제안이 접수됐다.

 

 

국민신문고 신청번호는 ‘1AB-2608-0009323’이다.

 

제안의 핵심은 한국 국민·결혼이민자·귀화자의 외국인 부모가 가족관계와 소득, 주거, 건강보험, 신원보증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출 경우 자녀와 일정 기간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별도의 장기체류 통로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가칭 ‘가족돌봄 체류비자’를 신설하거나 현행 F-1-5 방문동거 체류자격의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최초 1년가량 체류를 허용한 뒤 요건 유지 여부에 따라 갱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일반적인 영리 목적 취업은 제한하되 가족동거와 손자녀 돌봄, 가사 지원, 병원 진료 등 정상적인 가족생활의 범위를 보다 명확히 규정할 필요성도 제안에 포함됐다.

 

또 가족이 운영하는 소규모 자영업에서 이루어지는 일시적·무급 가족지원과 실질적인 취업활동을 구분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기준이나 사전 신고제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제도의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 초청 가족의 소득·주거 요건과 건강보험, 신원보증, 범죄경력 확인 등 일정한 조건을 부여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무조건 장기체류 허용하자는 것 아니다”

 

이번 제안은 외국인 부모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장기체류나 취업을 허용하자는 취지가 아니다.

 

불법체류와 불법취업은 현행 제도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하되 정상적인 가족생활을 목적으로 체류하려는 외국인 부모에게는 합법적이고 예측 가능한 체류경로를 마련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장기 가족동거를 원하는 부모가 마땅한 체류자격을 찾지 못해 C-3 단기방문을 반복하고, 다시 그 반복적인 입·출국 때문에 입국목적을 의심받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를 개인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현행 체류제도에 보완할 부분이 없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국민제안에서는 법무부에 △F-1-5 적용범위를 일반적인 가족동거·돌봄까지 확대할 계획이 있는지 △결혼이민자·귀화자 부모를 위한 별도의 장기체류자격 신설을 검토할 의향이 있는지 △반복적인 C-3 가족방문을 줄이기 위한 대체 체류제도를 검토하고 있는지 △가족 자영업에서의 가족지원과 취업활동을 구분하는 기준을 마련할 의향이 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답변해 달라고 요구했다.

 

다문화사회, 이제 ‘개인’ 아닌 ‘가족’의 체류정책 고민해야

 

대한민국의 다문화·이민정책도 이제 외국인 개인의 입국과 체류 관리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에 정착한 가족 전체의 현실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출입국 관리의 원칙을 지키는 것과 가족결합을 보장하는 것은 반드시 서로 충돌하는 가치만은 아니다.

 

오히려 명확한 요건을 갖춘 장기 가족체류 제도를 마련하면 반복적인 단기 입·출국을 줄이고 외국인의 체류 목적을 보다 명확하게 관리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단기체류의 반복을 제한하려면 그에 앞서 정상적인 가족이 선택할 수 있는 합법적인 장기체류의 길이 충분한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국민신문고를 통해 공식 접수된 이번 제안에 대해 법무부가 기존 제도의 설명에 그칠지, 다문화가정의 변화된 현실을 반영한 체류제도 개선 가능성을 검토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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