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헤드라인=문수철 기자] 해외에서 대한민국 비자를 정상적으로 발급받았다고 해서 한국 입국까지 반드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은 유효한 여권과 사증을 가지고 공항에 도착하더라도 입국심사를 거쳐야 하며, 이 과정에서 입국 목적과 체류자격이 일치하는지, 체류계획은 적정한지 등을 다시 확인받게 된다.
특히 과거 장기간 체류했거나 한국을 반복적으로 방문한 기록이 있는 경우, 또는 체류자격에 맞지 않는 활동을 했다는 의심을 받은 이력이 있다면 추가적인 확인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국경관리와 불법체류·불법취업 방지를 위해 필요한 절차라는 점에는 이견이 크지 않다.
그러나 다문화가정 입장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남는다.
유효한 비자를 보유하고 있어도 다음 입국이 가능한지를 출발 전에 명확하게 알기 어렵다면 가족들은 과연 어떤 기준에 맞춰 방문을 준비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비자는 받았는데…입국허가는 또 다른 판단
대한민국의 사증 발급과 입국허가는 동일한 절차가 아니다.
사증을 발급받았더라도 실제 입국 시에는 별도의 입국심사를 거쳐야 한다. 유효한 복수사증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과거 체류기록이나 이번 방문 목적 등에 의문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추가적인 질문과 확인이 이뤄질 수 있다.
문제는 일반 외국인과 국내 가족들이 ‘유효한 비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과 ‘실제 입국이 허가된다는 것’의 차이를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에 자녀와 손자녀가 있는 외국인 부모에게는 더욱 현실적인 문제가 된다.
항공권을 구입하고 가족방문이나 병원진료 일정을 잡고 국내 가족이 공항에 마중을 나가더라도 실제 입국허가 여부는 공항에서 입국심사가 끝날 때까지 확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 지적받았다면 다음 입국은 어떻게 준비하나
더 어려운 문제는 이전 입국이나 체류 과정에서 출입국 당국으로부터 주의나 안내를 받은 경우다.
예를 들어 단기방문 체류 중 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체류자격에 맞지 않는 취업활동으로 의심받을 만한 행동이 확인됐거나, 출국 및 향후 재입국과 관련한 안내를 받았다면 다음 입국 과정에서 과거 기록이 다시 검토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경우 당사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명확한 기준’이다.
언제까지 출국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난 뒤 다시 입국심사를 받을 수 있는지, 다음 입국에서는 어떤 사실을 소명해야 하는지, 현재 별도의 입국규제 조치가 존재하는지 등을 당사자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이 같은 내용이 정식 처분이 아닌 현장의 구두 안내 형태로 전달될 경우 혼란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자신이 들은 내용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행정처분인지, 향후 입국심사에서 고려될 수 있는 주의나 안내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심사관 판단은 필요하다…그러나 ‘예측 가능성’도 중요
공항 입국심사를 모든 외국인에게 획일적인 기준만으로 적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입국 목적과 체류계획이 사람마다 다르고 불법체류나 불법취업을 목적으로 정상적인 방문을 가장하는 사례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따라서 일정 범위에서 심사관의 현장 판단 자체를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재량이 필요하다’는 것과 ‘당사자가 자신의 상황을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과거 출입국 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사항이 있다면 어떤 사실이 문제가 됐는지, 다음 입국에서는 무엇을 소명해야 하는지, 별도의 입국규제 조치가 내려졌는지 등을 본인이 확인할 수 있는 절차를 보다 명확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 역시 자신에게 문제가 됐던 사항을 알아야 다음 방문에서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준비할 수 있다.
“다시 입국할 수 있나요?”…최종 판단은 결국 공항에서
외국인이나 국내 가족이 출입국 관련 상담을 통해 자신의 상황을 사전에 문의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상담만으로 향후 개별 외국인의 입국허가 여부까지 확정하기는 어렵다. 실제 입국 시점의 구체적인 상황과 제출 자료 등을 토대로 최종적인 입국심사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국가의 국경관리 측면에서는 불가피한 구조일 수 있다. 반면 가족 입장에서는 상당한 불확실성으로 작용한다.
특히 고령의 외국인 부모가 먼 해외에서 항공편을 이용해 한국까지 온 뒤 추가심사를 받아야 하고, 경우에 따라 입국하지 못할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면 당사자와 가족이 감당해야 할 부담은 결코 작지 않다.
때문에 최소한 현재 별도의 입국규제 조치가 존재하는지, 과거 어떤 사항이 문제가 됐는지, 다음 입국에서 어떤 자료와 설명이 필요한지 등을 당사자가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보다 쉽게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족방문을 언제까지 ‘단기방문’으로만 볼 것인가
다문화가정 부모의 입국 문제는 일반적인 관광 목적의 방문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
한국에 정착한 자녀가 있고 손자녀가 있으며 가족관계가 지속되는 이상 부모의 한국 방문 역시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장기간 가족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적절한 체류통로가 충분하지 않다면 결국 단기방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단기방문을 반복하면 장기체류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닌지 추가적인 확인 대상이 될 수 있고, 그렇다고 가족과 함께 장기간 생활하기에 적합한 체류자격을 얻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본지가 기획특집 1편부터 제기해 온 다문화가정 부모의 장기 가족체류 제도 공백과 공항 입국심사의 불확실성은 결국 같은 지점에서 만난다.
단기방문을 반복하는 외국인을 심사하는 것만으로는 가족관계에서 발생하는 반복 방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무부에 ‘가족돌봄 체류비자’ 신설 공식 제안
이와 관련해 다문화가정 부모를 위한 가칭 ‘가족돌봄 체류비자’ 신설 또는 현행 방문동거 체류제도의 적용범위 확대를 요구하는 국민제안이 법무부에 공식 접수된 상태다.
국민신문고 신청번호는 ‘1AB-2608-0009323’이다.
제안의 핵심은 일정한 가족관계와 소득·주거·보험 등 필요한 요건을 갖춘 외국인 부모에게 합법적인 장기 가족체류 통로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단기방문과 반복적인 입·출국에 의존하는 현재의 구조를 개선하고 가족관계에 맞는 체류자격을 부여하자는 취지다.
이는 공항 입국심사 권한을 축소하자는 요구와는 다르다.
오히려 체류 목적에 맞는 제도를 마련해 외국인에게는 명확한 체류경로를 제공하고 출입국 당국에는 보다 분명한 관리기준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합법적인 가족체류 통로가 마련된다면 단기방문 자격으로 사실상 장기간 체류하려는 사례와 정상적인 가족동거 목적의 체류를 보다 명확하게 구분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재량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할 수 있는 기준’
국경을 관리하는 국가가 외국인의 입국 목적을 확인하고 입국 여부를 심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불법체류와 불법취업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 역시 출입국 당국이 수행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다.
하지만 다문화사회에서 출입국 행정은 단속과 심사를 넘어 국민과 외국인이 자신의 행동에 따른 결과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이어야 한다.
과거 체류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무엇이 문제였는지, 현재 어떤 조치가 남아 있는지, 다음 입국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정도는 당사자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입국심사의 재량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재량이 국민과 외국인에게 ‘공항에 도착하기 전까지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영역’으로 받아들여져서는 곤란하다.
다문화가정 부모의 반복적인 단기방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항에서의 엄격한 심사만큼이나 가족의 현실에 맞는 합법적인 체류제도와 예측 가능한 입국심사 기준을 함께 마련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