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경제신문 박종명 대표가 오산시 언론 홍보비 집행 문제를 지적하며 공유사무실 등을 ‘페이퍼 사무실’, ‘유령 사무실’과 연결해 비판했다.
그러나 박 대표의 주장을 들여다보면 한 가지 근본적인 의문이 남는다. 과연 시대착오적인 것은 오산시의 조례인가, 아니면 변화한 업무환경 속 공유사무실까지 ‘유령 사무실’로 바라보는 시각인가.
박 대표는 최근 칼럼에서 오산시 언론관련 예산 운용 조례를 두고 ‘시대착오적이고 현실성 없는 조례의 독소조항’을 개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 부분에는 충분히 공감할 대목이 있다. 언론사가 오산시의 행정광고를 받기 위해 반드시 오산에 본사나 주재사무소를 둬야 한다면, 현재의 취재 환경과 맞지 않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출발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오산에 사무실이 있어야 광고 집행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제도가 만들어져 있다면, 일부 언론사들이 그 요건을 갖추기 위해 공유사무실을 이용하는 것은 어찌 보면 제도가 만들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먼저 비판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공유사무실인가. 아니면 언론사에 굳이 오산지역 사무실을 요구하는 조례인가. 박 대표 스스로 조례를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면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잘못된 조례라면 조례를 고치면 된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주소지 중심의 조례를 문제 삼으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그 조례의 요건을 맞추기 위해 공유사무실을 사용하는 언론사들을 ‘페이퍼 사무실’이나 ‘유령 사무실’처럼 표현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물론 허위는 가려내야 한다. 실제 계약도 없이 주소만 빌리거나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만들어 행정기관을 속이고 광고비를 받았다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불법이 확인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물어야 한다. 그러나 허위 사무실과 정상적으로 계약한 공유사무실은 전혀 다른 문제다. 공유사무실은 여러 사업자가 업무공간과 회의실, 사무시설 등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하나의 정상적인 업무 형태다.
최근에는 스타트업과 법인, 1인 사업자, 전문직 종사자 등 다양한 업종에서 공유오피스를 활용하고 있다. 언론이라고 예외일 이유는 없다. 특히 기자의 업무 특성은 일반 사무직과 다르다.
시청과 시의회, 주민 민원 현장, 사건·사고 현장을 찾아다니며 취재하는 것이 기자의 일이다. 노트북과 휴대전화만 있으면 현장에서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해 곧바로 송고할 수 있는 시대다.
이런 현실에서 독립된 사무실을 갖고 있어야만 정상적인 언론이고 공유사무실을 사용하면 실체 없는 언론이라는 식의 접근은 오히려 변화한 언론 환경을 외면하는 시각일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언론사의 실체를 무엇으로 판단하느냐다. 오산에 번듯한 사무실을 두고도 오산 관련 자체 기사를 거의 생산하지 않는 언론사가 있을 수 있다.
반대로 본사는 다른 지역에 있어도 매일 오산을 출입하며 시청과 시의회, 주민 현장을 취재하고 지속적으로 기사를 생산하는 언론사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어느 언론사가 오산지역 언론으로서 더 충실한 역할을 하고 있는가. 행정이 봐야 할 것은 바로 이것이다.
주소가 아니라 기사다. 사무실의 크기가 아니라 취재 실적이다. 독립사무실인지 공유사무실인지가 아니라 실제 기자가 현장을 뛰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박 대표는 경기언론인협회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역 언론의 권익과 발전을 이야기하는 언론인단체의 회장이라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실체 없는 언론을 가려내는 일과 동료 언론의 정상적인 사무공간 형태를 폄하하는 것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특히 ‘페이퍼’, ‘유령’이라는 표현은 정상적인 공유사무실을 이용하면서 현장을 취재하는 언론인들에게는 상당히 모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언론인협회 회장이라면 동료 언론을 먼저 의심하고 깎아내리는 것보다, 왜 지역 언론사들이 광고를 받기 위해 해당 지역에 별도의 사무실까지 마련해야 하는지 그 제도적 원인부터 따져보는 것이 순서다.
오산시 역시 이번 논란을 계기로 언론 홍보비 집행 기준을 전면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해당 지역에 사무실이 있는지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실제 오산 관련 자체취재 기사 생산량, 취재 지속성, 지역사회 기여도, 언론사의 영향력과 신뢰도 등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언론사들이 광고 집행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굳이 오산에 별도의 주소지를 마련할 이유도 줄어든다.
박 대표에게 다시 묻는다. 시대착오적인 것은 무엇인가. 오산에 사무실을 둬야 광고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든 조례인가. 아니면 변화한 시대의 정상적인 업무 형태인 공유사무실까지 ‘페이퍼’, ‘유령’이라고 바라보는 시각인가.
조례가 잘못됐다면 조례를 바꾸면 되고 허위계약이 있다면 허위계약을 찾아내 처벌하면 된다. 그러나 두 문제를 뒤섞어 정상적인 공유사무실까지 편법과 불법의 영역으로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
특히 불합리한 조례 때문에 만들어진 현상을 놓고 다시 언론사들을 향해 책임을 묻는다면 문제의 본질은 사라지고 동료 언론 간 갈등만 남게 된다.
오산시 언론 홍보비 논란에서 지금 수술대에 올라야 할 것은 공유사무실이 아니다. ‘오산 주소’를 가져야 광고를 받을 수 있다는 낡은 기준이다.
언론은 주소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기사가 말하고, 취재가 증명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