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헤드라인=문수철 기자] 추미애 경기도지사에게 더불어민주당 당적을 내려놓고 도정에 전념하라고 요구한 경기도민 청원이 1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공식 답변 요건을 충족한 가운데, 경기도가 해당 청원을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요하는 사안’이라며 청원 제외 대상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경기도가 공개한 청원 처리 절차상 ‘청원 제외사항’에 대한 적정성 검토는 30일간의 의견수렴에 앞서 이뤄지도록 돼 있어, 이미 공개돼 1만명이 넘는 도민이 참여한 청원을 뒤늦게 제외 대상으로 판단한 경위와 기준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경기도는 17일 대변인 명의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경기도 청원은 ‘경기도의 주요 현안 또는 정책 등’과 관련한 도민 소통 창구”라며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요하는 사안은 청원 제외 사항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 청원이 경기도의 주요 현안 또는 정책과 무관하며,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요하는 사안으로 청원 제외 사항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며 “관련 규정에 따라 처리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의 설명대로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요하는 사안’은 실제 청원 제외 대상에 포함된다.
문제는 그 판단이 이뤄진 시점과 절차다. 경기도청 청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공식 처리절차는 ‘청원 신청→적정성 검토→의견수렴→내용검토→답변’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특히 ‘적정성 검토’ 단계에서는 주관부서가 청원 제외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부적정 안건을 ‘숨김’ 처리하도록 명시돼 있다. 그 다음 단계가 30일간 도민 의견을 수렴하고 1만명 이상이 동의하면 청원이 성립되는 의견수렴 절차다.
그런데 이번 청원은 숨김 처리되지 않았다. ‘추미애 도지사님 자진하여 당적을 버리시길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지난 15일 공개돼 정상적으로 도민 동의를 받기 시작했고, 17일 1만명을 넘어서면서 공식 답변 요건을 충족했다.
17일에는 해당 청원이 홈페이지상 ‘답변대기’ 단계로 표시되기도 했다. 경기도가 스스로 공개한 처리절차대로라면 청원이 도민에게 공개되기 전 적정성 검토 단계에서 제외 여부를 판단할 기회가 있었던 셈이다.
따라서 해당 청원이 처음부터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요하는 사안’이었다면 왜 적정성 검토 단계에서 제외되지 않았는지, 정상적으로 공개해 도민들의 참여를 받은 뒤 1만명이라는 공식 답변 기준을 넘어선 시점에서 제외 판단이 나온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청원 내용 역시 단순히 ‘당적 포기’ 요구에만 그치지 않는다. 청원인은 추 지사의 당적 포기를 요구하면서 중앙정치에 대한 과도한 개입 중단과 경기도정 전념을 촉구하는 한편, 경기도 예산 확보와 민생 안정, 삭감된 복지예산의 내역과 근거 공개, 필요한 복지사업의 복원 검토 등을 함께 요구했다.
당적 포기 요구 자체는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으로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청원에 함께 담긴 경기도 예산과 복지, 민생 정책에 관한 요구까지 경기도가 밝힌 것처럼 ‘경기도의 주요 현안 또는 정책과 무관하다’고 판단한 구체적인 근거가 무엇인지도 따져볼 대목이다.
더욱이 경기도 청원 운영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추미애 도지사 사퇴를 청원합니다’라는 청원 역시 1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뒤 참여자가 3만명을 넘어섰지만 경기도가 ‘답변완료’로 전환하면서 추가 동의가 중단돼 운영 방식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이번에는 상황이 또 다르다. 도민들이 참여해 1만명이라는 공식 성립 기준을 넘어 ‘답변대기’ 단계에 들어간 청원을 두고 경기도가 ‘청원 제외사항’이라는 판단을 내놨기 때문이다.
경기도가 관련 규정에 따라 청원을 제외 대상으로 판단하는 것 자체는 행정적 판단의 영역이다. 그러나 도민 소통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공식 청원제도라면 그 판단 역시 경기도가 공개한 절차와 일관된 기준에 따라 이뤄졌는지 설명할 책임이 뒤따른다.
왜 공개 전 적정성 검토에서는 걸러지지 않았는가. 왜 도민 1만명 이상이 참여해 청원이 성립된 이후에야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라는 결론이 나왔는가.
또 당적 문제와 함께 제기된 예산·복지·민생 요구에 대해서는 어떤 기준으로 ‘경기도의 주요 현안 또는 정책과 무관하다’고 판단했는가.
경기도가 이날 내놓은 서면 브리핑에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담기지 않았다. 청원의 내용에 동의하느냐와 청원제도를 어떤 원칙으로 운영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도민 1만명의 동의를 공식 답변 기준으로 정해 놓은 제도라면 그 기준을 넘어선 청원을 제외할 때도 구체적인 판단 근거와 절차적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요하는 사안’이라는 설명만으로는 왜 이 청원이 공개됐고, 왜 1만명이 참여할 때까지 운영됐는지. 왜 성립 이후 제외 판단이 내려졌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도민 소통 창구를 자처한 경기도 청원제도가 정작 민감한 현안 앞에서 어떤 원칙과 기준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이제 경기도가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할 차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