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탐방] 도심을 벗어나 만난 가을…자연·역사·체험이 어우러진 ‘시흥갯골축제’

아이들 웃음 가득한 체험장부터 푸드트럭까지…가족 나들이객 발길 이어져
옛 소래염전 소금창고·가시렁차 곳곳에 남아…축제 너머 지역의 역사까지
흔들전망대 아래 펼쳐지는 갯골과 갈대밭…도심 가까이에서 만나는 생태 풍경

 

[경기헤드라인=문수철 기자] 푸른 하늘 아래 바람이 한결 가벼워진 9월, 시흥갯골생태공원에 들어서자 도심에서 보던 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졌다.

 

넓은 잔디와 꽃밭,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그리고 갯골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길. 한쪽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고 또 다른 쪽에서는 가족들이 천천히 걸으며 가을 풍경을 즐기고 있었다.

 

 

시흥갯골축제 현장은 말 그대로 ‘걷는 만큼 다른 풍경을 만나는 축제’였다.

 

축제장 초입부터 분위기는 밝았다. 형형색색의 꽃으로 꾸며진 공간과 귀여운 캐릭터 조형물이 방문객들을 맞았다. 사진을 남기려는 가족들과 연인들이 곳곳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서자 아이들을 위한 체험 공간이 이어졌다. 물놀이장에서는 대형 튜브를 타고 즐기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로봇개 체험장에서는 신기한 듯 움직임을 바라보는 어린이들의 눈빛이 바빠졌다.

 

경찰 관련 체험을 비롯해 여러 기관과 단체가 마련한 부스에서도 어린이와 부모들이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단순히 무대를 바라보는 축제가 아니라 직접 만지고 체험하고 뛰어노는 프로그램이 적지 않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먹거리 공간도 빠질 수 없었다.

 

 

푸드트럭 주변에는 점심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방문객들이 모여들었고, 가족들은 그늘이나 잔디 주변에 자리를 잡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러나 시흥갯골축제를 다른 지역 축제와 구분 짓는 것은 역시 ‘갯골’이었다.

 

행사장을 조금 벗어나 걷자 축제의 음악과 사람들의 소리는 조금씩 멀어지고, 넓은 갯골과 갈대밭이 모습을 드러냈다.

 

 

 

물이 빠진 갯골 사이로 새들이 내려앉아 쉬고 있었고 멀리 아파트가 보이는 풍경은 이곳이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자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했다. 도시와 갯골이 한 화면에 들어오는 독특한 풍경이다.

 

이곳에서는 자연만큼이나 ‘시간의 흔적’도 만날 수 있다.

옛 소래염전 소금창고와 과거 소금을 실어 나르던 가시렁차가 당시 염전의 모습을 전하고 있다.

 

 

 

소금창고를 바라보고 낡은 철길 주변을 걷다 보면 지금은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 된 갯골생태공원이 한때는 사람들이 땀 흘려 일하던 삶의 터전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축제를 즐기다가 자연스럽게 지역의 역사를 접할 수 있다는 점도 시흥갯골이 가진 매력이다.

 

염전 주변에는 바람에 따라 길게 펄럭이는 천 장식이 설치돼 있었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 염전의 수면 위로 이어지는 색색의 천이 어우러지며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그리고 시선을 위로 돌리면 시흥갯골생태공원의 상징인 흔들전망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높게 솟은 독특한 형태의 전망대는 어디에서 바라봐도 쉽게 눈에 들어왔다. 갯골을 처음 찾은 방문객이라면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들게 만드는 장소다.

 

축제장을 한 바퀴 돌아 다시 갯골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람들로 붐비던 체험장과 달리 갯골 주변은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새들이 갯벌 위에 모여 앉아 있고 바람에 갈대가 흔들렸다.

 

불과 몇 분 전까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음악으로 가득했던 축제장에서 걸어서 이동했을 뿐인데 전혀 다른 공간에 온 듯했다.

 

시흥갯골축제의 매력은 어쩌면 바로 이 차이에 있었다.

 

 

화려한 무대와 프로그램만 보여주는 축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축제를 계기로 갯골을 걷고 자연을 바라보고 옛 염전의 흔적까지 만나도록 공간 전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체험장이 되고, 부모들에게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나들이 공간이 된다. 누군가에게는 꽃과 전망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는 여행지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갯골 생태와 소래염전의 역사를 돌아보는 장소가 된다.

 

축제장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남은 것은 거대한 시설이나 화려한 공연 하나가 아니었다.

 

도심 가까운 곳에서 바람을 맞으며 갯골을 걷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바라보고, 오래된 소금창고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출 수 있다는 것. 시흥갯골축제는 그렇게 자연과 사람, 그리고 이 지역이 지나온 시간을 한 공간 안에 담아내고 있었다.

 

가을 하루 어디로 갈지 고민하고 있다면 화려한 볼거리만을 기대하기보다 편한 신발을 신고 갯골길을 천천히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축제가 끝난 뒤에도 갯골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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