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령전은 사적115호임에도 불구하고 화성행궁의 부속건물의 이미지로 전략한지 오래다. 별도의 출입구 없이 운영되는 화령전은 화성행궁으로 들어와야 관람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인근주민과 단절된 느낌마저 든다.
화령전은 1800년 6월 28일 정조대왕이 돌아가시고 난 이후 정조대왕의 어진(초상화)을 봉안하기 위해 만든 어진봉안각이다. 국왕 순조가 화성에 묻힌 선왕 정조를 찾아가 문안을 여쭙는 전각이기도 했으며, 특히 정조의 사당인 이 곳에서는 역대 국왕의 현륭원과 건릉을 다녀갈 때마다 제향을 올렸다고 한다.
화령전에는 정조의 어진을 봉안한 정전인 운한각과 풍화당, 화재나 홍수 등 만약의 사태가 났을 때 정조의 어진을 옮겨 모시는 이안청, 국왕 및 제사를 모시기 위해 화령전에 온 관리들이 몸을 깨끗이 하고 대기하는 재실, 화령전 제사를 담당하는 관리들이 업무를 보는 전사청 등이 있다.
우리는 정조의 정치철학과 효심을 본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수원화성의 위대함, 화성행궁의 아름다움, 무예24기와 같은 용맹함을 말하지만 정작 우리가 본받아야 할 대상은 외면 받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봐야 한다.
주민과 관광객에게 외면 받고 있는 사적 115호 화령전
정조의 어진이 모셔진 화령전은 사적 115호 임에도 수원을 찾는 관광객에겐 화성행궁의 부속 건물의 이미지로 전략한지 오래다. 어찌 보면 화성행궁 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곳이지만, 행궁을 통해 들어가야 하는 불편함과 안쪽 깊숙이 들어가야 볼 수 있다는 번거로움 때문에 자칫 화령전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면 무심코 지나치기 일쑤다.
또한 주변 지역주민과도 단절된 느낌의 이미지도 강하다. 겨우 담장 하나를 둔 거리지만 도로만 건너가면 딴 세상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단절된 이미지는 지역의 문화재에 대한 자부심과 공감대를 지역주민은 형성하기 어렵다.
그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화령전에 향을 피울 수 있게끔 하거나, 독립적으로 운영해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화성행궁의 출구로서 행궁동과의 자연스런 동선을 이어주는 방법도 앞으로 행궁동 지역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다양한 관광루트 개발이 필요
화성행궁 광장은 수원시민 뿐만 아니라 수원을 찾은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지역문화의 중심지다. 하지만 수원화성을 둘러보고 화성행궁을 보면 어디로 갈지 망설일 때가 있다. 간혹 차를 연무대에 세워놓고 화성열차를 타고 서장대에 잠시 올랐다가 화성행궁을 관람하고 나면 광장에서 어디로 갈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대부분 화성열차를 타고 연무대로 돌아가는 경우이거나 간혹 수원화성에 대해서 더 알려는 마음에 화성박물관을 간다지만 그 수는 적고 특히 어린이 또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박물관과 연무대까지 걸어간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데이트 코스로 온 20,30대의 젊은 층이나 나이 지극히 드신 어르신, 어린아이와 함께 온 가족단위의 관광객은 긴 거리를 걷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도 중간 중간 볼거리와 먹거리가 부족하다면 누구라도 걷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것이다. 특히 지금의 수원화성과 화성행궁 인근엔 음료수나 음식 또는 다양한 관광 상품을 살 수 있는 가게가 거의 없어 그러한 관광 인프라 조성이 시급한 문제로 떠오른다.
동선의 중심에 서있는 행궁동
화성행궁으로 몰리는 관광객에게 편하게 먹을거리와 휴식공간, 다양한 볼거리를 자연스럽게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행궁광장 옆엔 행궁길이 있지만 동선이 분산되는 문제점과 넓은 식당이 부족해 일부는 수용할지 모르지만 많은 수의 단체 관광객을 수용하긴 역부족이다.
그러한 많은 단체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은 지금으로서는 화령전 옆에 위치한 행궁동이 유일하다. 앞으로 행궁동의 변화가 그 어느 때보다 기대되는 이유가 관광타운으로서의 조건을 충분히 충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인프라가 부족하고 관련 시설이 완비되지 않아 변화를 실감하지 못하지만 앞으로 그러한 조건만 충족한다면 수원의 중심적인 관광타운으로 변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화성행궁으로 오는 관광객의 필수코스로 화령전을 관람하게 하고 문을 출구로서 열어 놓는다면 사람들의 동선은 자연스럽게 행궁동으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단체나 여행객의 점심으로 그곳의 식당들과 연계해 다양한 관광루트를 개발한다면 지역발전의 긍정적인 효과도 만들 수 있다.
전주의 한옥마을도 처음엔 주민과의 갈등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갈등을 하나하나 풀어가고 서로의 발전방향을 모색해 나간다면 전주한옥마을 같은 유명한 거리도 행궁동과 주민들은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김홍범 기자(flashcast74@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