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을을 앞둔 을지연습의 의미


▲ 경기동부보훈지청 주무관 김지훈


입추가 지난 후 곳곳에 내리는 소나기가 반갑게 느껴질 만큼 무더웠던 8월이 지나가고 있다. 시인들은 입추가 되면 바람 소리에 가을을 느낀다고 한다.


시조시인 황다연은 ‘입추 감성’에서 “8월은 목신이 만든 열두 줄짜리 현악기/ 늦여름 오후의 파도/ 적멸의 집 한 채 짓더니/ 빈 가슴 은은히 흔드는/ 풀벌레 소리 실어낸다”고 읊었다. 더위를 식혀주는 소리다.


 그러나 이 무더운 여름을 보내주기 전에 8월의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을지연습은 어김없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달 21일 시작된 을지연습은 24일까지 3박 4일간 실시된다. 1950년 6.25와 같은 전쟁이 일어난 상황을 가상하여, 각종 테러와 사이버공격 등으로 인한 국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우리나라 안보를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민․관․군이 합동으로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절차 등 위기관리능력을 배양하는 훈련으로 전국 모든 행정 및 공공기관 등이 매년 동시에 실시해 오고 있다.


경기동부보훈지청에서도 최근 위기를 맞은 안보상황에 발맞추어 내실 있는 을지연습을 준비하였으며, 대국민 을지연습 홍보의 일환으로 다중운집구역 안보사진전 개최, SNS홍보 등을 기획하고 있다.


서애 유성룡 선생은 임진왜란이 끝난 뒤 참혹했던 전쟁을 회고하고 여러 실책들을 반성하면서 후세가 앞날을 대비하는데 교훈으로 삼고자 징비록을 저술하였다. 징비록의 ‘징비’란 ‘전에 있던 잘못과 비리를 경계하여 삼간다’는 뜻이다.  
 

징비록의 메시지와 같이 우리는 과거 6·25전쟁으로 인해 온 국토가 초토화되고, 수백만 명의 인명 피해가 있었음을 반드시 기억하고, 이 땅에 그러한 민족 최대의 비극이 또 다시 되풀이 되는 일이 없도록 과거를 상기하고, 현재를 조명하며,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을지훈련은 과거 6·25 한국전쟁과 같은 전쟁, 테러 등 발생 가능한 유사 상황을 가정하고 이를 예방·수습하는 훈련으로서 현재 우리나라 북한과 관련한 안보 상황으로 볼 때 우리 모두가 반드시 충실히 이행해야할 당위적인 의무라 할 수 있다.


전쟁의 참화를 겪은 뒤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후세에 징비록을 남긴 서애 류성룡 선생의 교훈을 되새기며, 이번 을지연습을 통해 곧 맞이할 가을바람같이 보다 시원하고 확고한 안보태세가 구축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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