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끈유월 어정칠월 동동팔월

 

 

 

▲ 방복길 (이천시청 축산과장)

 

 

요즘, 관심 가는 뉴스도 많고 마치 작정이나 한 듯 쏟아지는 이슈에 얼이 빠질 정도다.  올초 한.미FTA 재협상과는 별개로 미.중의 무역전쟁 비화로 등 터지는 마당에 가상화폐의 몸살을 치룬 국내경제는 최저인건비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의 소용돌이를 통과중이다.

 

한편으로 북한핵을 이슈로 남북이 만나고 북한과 미국이 따로 밀당을 하는 와중에 과거 국내 정치 오류의 상흔이 지방선거로 이어지면서 갈라쳐진 진영의 포용성이 요원할 것 같은 안타까움 속에서 동계올림픽과 월드컵축구대회가 지나갔다. 설레임과 긴장이 환호와 실망이 그리고 기대와 희열이 그대로 잔영이 되어 지난 일이다 싶게 흘러가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 속에 칠월이 지나고 있다. 음력으론 6월을 맞는 셈이다. ‘미끈유월’ 이라 했다. 할 일을 미적대다간 한 달이 쉽게 지나 갈 것이니 복 더위에도 부지런하라는 농사속담의 조언이다. 미끈유월이 끝나면 ‘어정칠월’이다. 양력으로 팔월 상순 말이다. 

 

말 그대로 호미 씻어 걸어 놓고 복놀이에 어영부영 대다가는 금방 또 한 달이 간다는 채근이다. 그리고는 추수기를 맞는데 여기서 다시 경고하는 게 ‘동동팔월’이다. 

 

벽두 영농설계에서 마치 ‘벼룩 등에 육간대청’ 이라도 지을 것처럼 떠벌이다 정작 가을겆이에 ‘시러베 장단에 호박국 끓여먹는 짓’으로 동동거리지 말라는 얘기다. 

 

사정과 사연은 다 있게 마련이다. ‘밀가루 팔러 가면 바람 불고 소금 팔러 가면 비 온다’는 게 세상사다. ‘들깨 참깨 노는데 아주까리 못 놀까’하는 흥으로 ‘봄에 깐 병아리 가을에 와서 세어보는’ 무심함에 ‘털갈이도 못한 게 날기부터 하려 한다’는 조급한 성미를 더할까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이달초 산지 쌀값이 17만5천원(80kg 1가마)이라고 소란하다. 지난해 6월엔 12만6천원이었다. 이제 쌀값다운 가격이라는 반면 정부와 소비자의 생각은 다르다. 공공비축미와 시장격리곡을 곧바로 방출했지만 좀 있으면 햇곡이 나온다. 기대심리의 충돌이 당연하다. 

 

스마트팜 혁신밸리로 전국 4개소에 8천억원을 투자해 4차산업혁명을 이어가겠다는 정책에 농민단체는 농안법을 손보지 않고 대량생산으로 가격폭락의 고통을 줄 거라고 한다. ‘말 많은 집, 장 맛이 쓰다’했다. ‘피 다 뽑은 논 없고 도둑 다 잡은 나라 없다.’고도 했다. 

 

기다려보고 지켜봤으면 한다. ‘지레 터지는 개살구’의 뱃심으론 농업과 농촌을 지킬 수 없다. ‘잘되는 집은 가지에 수박이 달린다.’고도 하니....  국내외의 이슈와 동향이 혼돈을 이룬다 해도 ‘강물이 돌을 굴리지는 못한다.’는 게 상규(常規)이고 관습이다. 

 

휴가철이다. 들길을 따라 재티처럼 점점이 하늘을 나는 메잠자리 유영(遊泳)이 한여름의 풍치를 더해 주는 농촌 정경이다. 그곳에서 모든 작물과 생물들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계절 제철마다 할 일들이 따로 있는 농촌이고 농업이다. 그럼에도 겉은 평온하지만 속은 치열한 이 시대에서 허투로 보낼 시간은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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