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쉽게 시들지 않고 끈기와 저항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무궁화를 봉사단의 이름으로 내세운 오산 ‘무궁화봉사단’의 신년 산행에 동행했다.
갑오년 1월1일 새벽 6시 30분, 산이 드문 오산에서 시민들의 넉넉한 품이 되어주고 있는 오산 필봉산에 올랐다. 아직 해가 뜨지도 않았는데 도로와 연결된 필봉산 약수터에는 많은 인파가 나와 있었다. 신년 해맞이를 이곳에서 하려는 사람들의 행렬이었다.

▲ 일행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는 이상복 영남연합회 회장
많은 인파 중에 오늘 산행을 함께 하기로 한 이상복 오산영남연합회 회장도 있었다. 이상복 회장은 1월1일 해뜨기 직전에 오산 필봉산 팔각정에 올라 산신제를 지내기로 했다고 한다. 무궁화 봉사단의 일원이기도 한 이 회장은 봉사단 단원은 물론 영남연합회 사람들과 어울려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필봉산 자체가 높지 않은 산인데다. 도로가 산 중턱의 약수터까지 연결되어 있어 정상에 있는 팔각정까지의 산행은 비교적 쉬운 편이었다. 산을 오르면서 이 회장은 이번 6.4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시의원에 도전해 볼까 한다는 놀라울 만한 이야기를 꺼냈다.
지방선거에서 지역 토박이가 아닌 외지인의 도전은 좀처럼 듣기 어려운 일이기에 좀 놀라운 소식이었다. 지방선거가 지역 토호 족들의 잔칫상이 되어버린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의 이야기다. 이 부분을 뛰어넘은 정치인은 중앙정치인 말고는 거의 없는 것이 요즈음의 선거 현실임을 감안 한다면 놀라운 이야기일 수밖에 없었다.
예향 경북 안동이 고향이라는 이 회장은 10여 년 전에 오산에서 일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오산천을 지금의 자연하천으로 만드는 일을 하게 된 이 회장은 그 이후로 오산이 좋아서 오산에 정착하게 된 사람이다. 최근 오산시 인구를 보면 전체인구 21만 중에 90%가 토박이가 아닌 외지인이라고 한다.
이 회장은 산행을 하며 “이제 오산도 좀 더 적극적으로 변화해가는 시대에 맞춰 바꾸어 볼 필요가 있다. 오산천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생활권이 다르고, 1번 국도와 철로 때문에 동서로 나누어 있는 부분을 통합할 수 있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이런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고자 출마한다.”는 말을 했다.
신년 산행에 왔다가 기사하나 건져가는 기분이었다. 이 회장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어느덧 필봉산 팔각정에 이르렀다. 팔각정에 대한 안내판이 없어 누가 어떻게 팔각정을 세웠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비교적 깨끗하게 손질된 팔각정은 일출을 보기에는 딱 적합한 장소에 서 있었다.

▲ 산신제를 마치고 이상복 회장과 회원이 갑오년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고 있다
무궁화봉사단은 2층 형식의 팔각정 2층에 돗자리를 깔고, 정성스럽게 준비한 시루떡과 사과, 배 등 전통음식을 준비해 제사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매년 무궁화봉사단이 신년 첫날 올리는 산신제는 올해도 이렇게 시작됐다.
제일 먼저 영남연합회 이상복 회장이 절을 올리기 시작했다. 세 번의 절을 마친 이 회장은 “올해는 청마의 해입니다. 회원 여러분의 건승과 함께 푸른 말이 달리는 것처럼 거침없이 승승장구하시길 바랍니다.”라며 덕담을 맞췄다. 산신제가 끝나갈 쯤 모두가 동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붉은 해가 산 아래에서 떠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산행을 나온 사람들이 거의 모두 갑오년 첫해를 보면서 상념에 빠졌다. 상념의 내용들은 각자가 다 다르겠지만 지금 상념에 빠져 있는 모습들은 모두가 하나처럼 보였다.
산신제를 마치고 산을 내려가는 무궁화봉사단 일행의 모습은 가벼워 보였다. 내려가는 길에 이 회장에게 다시 한 번 물어보았다.
오산에 정착한지 10년 정도밖에 안되는데 언제 정치에 입문했냐는 질문에 이 회장은 “제가 영남사람이서 보수는 아니고 원래 집안이 약간 보수 쪽이다. 안동 사람들을 제가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통과 예를 빼면 안동 사람이 아니다”라는 이 회장은 그동안 오산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이 회장은 지난 총선 이전부터 새누리당(구 한나라당)당원 이었으며 보이지 않게 지역에서 새누리당을 위해 일해 왔었다고 한다. 공형식 오산 당협위원장 하고는 막역한 사이로 선대위원장을 맡아 열심히 뛴 적도 있었다는 설명이 있었다. 주로 보이지 않는 쪽에서 제일 힘든 일을 해온 사람이 이 회장이었음을 대화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이 회장에 따르면 오산시 인구는 21만 정도 되고, 그중 4만 명 정도가 영남사람이라는 것이다. 이 회장은 “그 사람들이 다 이 회장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제가 생각하는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아주었으면 한다.”고 말하며, “외지인들이 더 많이 오산을 찾아와 정주할 수 있으려면, 외부에서 산 경험과 오산에서 살고 있는 경험들이 합쳐져 모두가 함께 오산시민이 될 수 있는 것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서 출마를 하게 됐다”는 구체적인 출마사유도 알 수 있었다.
그 말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필자 본인도 외지에서 40년을 넘게 살다가 수원에 내려와 살다보니 늘 외톨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외지인이 토박이보다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출신의 사람들만 챙긴다는 서운한 생각이 들었던 적이 참 많았기 때문에 충분히 공감이 갔다. 얼마나 서운했던지 다시 서울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시도 때도 없이 들었던 적이 많다가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바로 공감대가 현성되는 듯 했다.

▲ 모두가 하나가 되었던 떡국잔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산신제를 마치고 오산 종합운동장으로 돌아온 것은 아홉시가 지나서였다. 오늘 산행을 함께한 식구들과 같이 떡국을 먹자는 계획이 있었다고 한다. 오산종합운동장 식당 안에서 신년 첫날 벌어지는 떡국잔치는 오산지체장애인협회원들도 함께 했다. 무궁화봉사단인 장애인을 돕기 위한 단체이었기 때문에 이들도 오늘 신년 잔치에 함께 하기로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앗! 그런데 떡국이 금세 동이 났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식당을 찾았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떡국을 더 준비한 무궁화봉사단의 손길을 바빠졌다. 그럼에도 모두가 즐거운지 한마디씩 거들고 있다. 누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한 사람이 일어서서 큰 소리를 외쳤다. “떡국 잘 먹고, 올해는 말보다 더 건강한 한해 보내시기 바랍니다.”라고 말이다. 떡국잔치는 누가 봉사단원이고 누가 장애인지 알 수 없는, 서로가 서로를 돕고 살자는 그런 자리가 됐다.
경기헤드라인 문수철 기자/경기리포트 전경만, 박정민 기자